입사 첫날, 근로계약서를 내밀며 “여기 사인하세요”라고 할 때 꼼꼼히 읽어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분위기상 재촉당하기도 하고, 읽어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는 앞으로 몇 년간 내 임금과 근로조건을 규정하는 문서입니다. 이 글에서는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항목과, 서명 전에 걸러야 할 조항을 정리합니다.
근로계약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항목
근로기준법 제17조는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다음 사항을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하고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 임금 — 구성 항목, 계산 방법, 지급 방법
- 소정근로시간 — 하루 몇 시간, 시작·종료 시각
- 휴게시간 — 근로시간 중 언제 얼마나 쉬는지
- 휴일 — 주휴일, 공휴일 처리 등
- 연차 유급휴가
- 취업 장소와 업무 내용
이 중 하나라도 빠져 있거나 애매하게 적혀 있다면 서명 전에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임금은 “월 250만 원”처럼 총액만 적기보다, 기본급·수당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나뉘어 있어야 나중에 수당 계산에서 분쟁이 없습니다.
서명 전 체크리스트
1. 임금 구성이 명확한가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구분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총액만 크게 적혀 있고 내역이 없으면, 나중에 연장근로수당이나 퇴직금 산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퇴직금은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임금 구성이 중요합니다.
2. 포괄임금제가 적용되는가
“연장·야간근로수당을 포함하여 월 ○○원을 지급한다”는 식의 조항이 있다면 포괄임금제입니다. 이 경우 포함된 연장근로 시간이 몇 시간인지가 명시되어야 하고, 실제 근로가 그 시간을 넘으면 초과분은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시간 명시 없이 “모든 수당 포함”이라고만 되어 있다면 문제 소지가 있습니다.
3. 소정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이 현실적인가
근로시간이 4시간이면 30분 이상, 8시간이면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계약서상 휴게시간이 있는데 실제로는 쉬지 못하고 일한다면, 그 시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4. 계약 기간이 정확한가
기간제 계약이라면 시작일과 종료일이 명확해야 합니다.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정규직)인지, 기간제인지에 따라 이후 권리가 달라집니다.
5. 수습 기간 조건
수습 기간과 그 기간의 임금이 얼마인지 확인하세요. 수습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무제한 깎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최저임금법상 감액이 허용되는 범위와 요건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조항은 조심하세요
계약서에 들어 있어도 법에 어긋나면 그 부분은 효력이 없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미치지 못하는 조건을 정한 계약은 그 부분이 무효가 되고 법정 기준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자주 보이는 문제 조항들입니다.
- “퇴사 시 위약금 ○○만 원을 배상한다” —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금지합니다
- “연차휴가는 없는 것으로 한다” — 법정 연차는 계약으로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 — 조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법정 수당입니다
- “퇴직금은 매월 급여에 포함하여 지급한다” — 퇴직금 분할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로 봅니다
- 지각·결근 시 과도한 임금 공제 — 실제 근로하지 않은 시간만큼의 공제를 넘어 벌금처럼 감액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이런 조항이 있다고 해서 계약 전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해당 조항만 효력을 잃습니다. 다만 서명 전에 수정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깔끔합니다.
서명 후 반드시 할 일
사본을 받아 보관하세요. 근로기준법은 작성한 계약서를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우리가 보관한다”며 주지 않는 것은 위반입니다. 사진으로라도 남겨두면 나중에 임금이나 근로조건 분쟁이 생겼을 때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만약 계약서를 아예 쓰지 않고 일하고 있다면 근로계약서 미작성 대처법을 참고하세요. 임금 관련 분쟁이 생겼다면 임금체불 신고방법과 서류 자동 작성 도구(무료)가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 내용이 실제 근무조건과 다르면요?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를 경우, 근로자는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우선 사실과 다른 부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시정을 요구하세요.
이미 서명했는데 불리한 조항을 발견했어요.
서명했더라도 법에 어긋나는 조항은 효력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위약금 조항에 서명했어도 근로기준법 제20조 위반이므로 그에 따를 의무가 없습니다.
구두로 정한 조건이 계약서에 안 적혀 있어요.
구두 약속도 효력은 있지만 입증이 어렵습니다. 면접이나 협의 과정의 문자·메일을 보관하고, 가능하면 계약서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세요.
아르바이트도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나요?
써야 합니다. 아르바이트, 단시간 근로자, 일용직 모두 서면 명시·교부 의무의 대상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개별 계약 조항의 유효성 판단은 고용노동부 상담센터(☎1350)나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에게 확인하시기 바랍니다.